
책 제목 ‘빅클락’을 보면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단에 엷게 뿌려진 ‘The Big Clock'이라는 영문을 보고 큰시계라는 것을 알았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로 인류문명과 함께 오랜기간 없어서는 안될 제품으로 인간사회와 동행해 왔다. 저자 케네스 피어링은 1902년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에서 태어났고 헤밍웨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3년 후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찍부터 시인이자 좌파 운동가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였지만 1946년 발표한 ’빅클락‘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
우리의 삶을 다람쥐 쳇바귀같다고들 한다. 저자는 2차세계대전후의 미국 사회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시계에 비유하여 ‘빅클락’의 세상으로 표현했다. 아날로그시계가 사라지고 디지털시계가 점령한 현대사회에도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싶게 도시인의 반복되는 하루 일과를 잘 나타내고 있다.
대형 출판사 사장 얼 재노스는 애인 폴린 델로스를 우발적으로 살인하게 되고, 살인전 마지막 목격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가로등 역광으로 인해 목격자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했다. 얼 재노스는 가장 믿는 스티브 헤이건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게 되고 둘은 그동안의 쌓아온 성공을 잃지 않기 위해 경찰보다 먼저 그 목격자를 찾을 궁리를 하게 된다. 한편 주인공 조지 스트라우드는 회사 사장 재노스의 애인과 정을 나누게 되고 데이트를 마친 후 폴린 델로스를 집까지 데려다 주다가 결국 살인의 목격자가 되고 만다.
사장 얼 재노스는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편집주간 조지 스트라우드에게 목격자를 찾도록 지시하고, 조지 스트라우드는 곤혹스럽게도 회사의 전폭지원 자원을 받는 팀을 꾸려 자기 자신을 찾는 임무를 수행한다. 어차피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지 스트라우드로 좁혀지는 목격자의 정체. 빅클락으로 대변되는 거대 직장은 잘 짜여진 일정대로 정확하게 작동되어 목격자를 추적하는 숨막히는 추리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 케네스 피어링은 빅클락을 통해 두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출근하고 정해진 일을 처리하고 퇴근하고 잠자리에 드는 반복하는 우리들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우리들 각자는 회사(아니면 사회 또는 국가)라는 큰 틀안에서 시계의 부속품처럼 정해진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본인은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결과를 몰고 오는지는 모르는 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또한, 사회의 부속품처럼 취급받는 것에서 해방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 어쩔 수 없이 그 세계에 다시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간혹 일상을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사회밖으로 아예 튕겨져 나가거나 결국은 다시 그 틀안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빅클락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의 미국사회를 묘사한 작품이지만 66년이 지나 과학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날도 참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좋은 작품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받아들여지는 깊이와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빅클락은 독특하게 전개되는 소설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인물들이 글의 화자가 된다. 그럼에도 중첩되지 않고 자연스레 물흐르듯이 글이 이어진다.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흐름에 따라 정해진 시간을 알려주듯이 이야기가 각자의 화자들 시선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어 하나의 통일된 글을 완성하고 있다. 결국은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빅클락을 완성하는 하나의 톱니바퀴이며 순간 시각을 보여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라는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액자소설이라는 독특한 소설작법에 신선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감동은 오래도록 그 소설을 기억하게 한다. 빅클락 역시 독특한 소설전개 방식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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